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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에 대한 생각 1

진지한 꽃사슴 2014. 6. 2. 21:31

이직을 결심한 것이 작년 11월 경이니, 벌써 반년이 넘었다.

그간 나를 둘러싼 시간과 공간 속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내 관심사 일순위에서 이직을 지워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오랜기간동안 내가 원하는 직장을 찾지 못해서 헤매본 것이 처음이라서, 그만큼 직업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하다.

직업은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무엇일까.

하나씩 정리해보고 싶다.

우선 직업은 나를 경제적으로 독립시켜준다. 다시 말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다.

어린시절 나는 직업에 대한 고민 및 선택을 함에 있어서 여기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아마도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큰 보살핌과 희생으로 큰 절박함을 느껴보지 못했었는지도 모르겠다. 현실적인 경제관념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돈만을 위해서 일하는 것은 천박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것이 목표일 수는 없었고, 좀 더 큰 비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나는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돈은 나를 경제적으로 독립시켜주고, 경제적으로 독립한다는 것이 사람이 사람답게 사회를 살아감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경제적인 독립은 나에게 자신감을 주고, 자존심을 살려주며, 또 나 자신과 가족들에 대한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돈을 번다는 것 자체에 이렇게 많은 의미가 있기 때문에 단지 돈만을 위해서 일을 한다고 해도 이것은 이미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아직 바뀌지 않는 고집이 있다면, 삶의 목표로 돈을 더 많이 불리는 것에 둔다면 이것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돈은 삶의 수단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도면 된다.

두번째로 직업은 그 직업을 둘러싼 다른 사람들과 나를 연결시켜 준다.

예전에는 나 자신의 적성만을 고려하여 직업을 선택하면 된다고 생각하였지만, 그 직업을 선택하는 다른 사람들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직업도 나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서 무언가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모든 직업은 사람들과의 소통과 협력, 그리고 갈등으로 가득차 있다. 그래서 그 직업을 통해서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될 사람들이 누구인가도 직업을 선택함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세번째로 즐거움이다.

요즈음에는 직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에 대해서 지나칠만큼 많이 강조를 하고 있다. 물론 일의 효율을 늘리고, 내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한다는 점에 있어서, 즐거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일 자체에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일종의 특권일만큼 매우 드문일이다. 100가지 직업이 있고 100명의 사람이 있을 때 모든 사람들의 능력과, 적성을 고려하였을 때 최선의 배분은 있을 수 있겠지만, 일이라는 것 자체가 육체적 정신적 노동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일과 즐거움은 본질적으로 양립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그 최선의 배분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탐구하고 노력할 필요는 있다. 지금의 불만족에 익숙해지고, 무뎌지는 것보다는 그것에 계속해서 저항하고 조금 더 나에게 적합한 직업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시간은 비록 그 시간이 너무나 괴로울지라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더 나은 직업을 찾는 노력이 결국에는 인생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나 자신에 대해서 더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직장과 직업에 불만족하고 있는 나의 상태를 계속해서 인정하고, 묵묵히 돈을 벌며, 다음의 나의 길을 찾는 그 날까지 포기하지 않고 찾아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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