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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달이와 함께
약 1주일 전쯤에 목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유를 알 수 없이 또다시 감기에 걸린것이다. 지긋지긋한 감기. 그 전날쯤 혜일이 언니와 만나서 얘기를 나누던 중 언니는 어려서부터 감기에는 약을 먹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도 감기에는 약을 먹지 않는다고... 그러고보면 우리 남편도 감기에 약을 먹지 않곤 했던 것 같다. 나는 반면에 어려서부터 감기에 걸리면 어김없이 약을 먹곤 했었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나도 한번쯤 약 없이 감기를 나아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그래서 약을 먹지 않고 쉴 수 있는 시간에는 최대한 쉬고, 물을 많이 마시고 건강한 식단으로 생활을 했다. 그렇게 1주일.. 그간 목이 아픈것이 코가 나오는 감기로 변하고, 누런 코가 나오던 것이 이제는 대부분 맑은 콧물로 변하긴 하..
3년전 푸꾸옥은 나에게 미개발 지역이던 외진 섬을 해외 자본이 들어와 개발해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던 곳이다. 아이들이 아프지 않는 것을 여행의 목표로 삼았는데 목표를 달성하여 기쁘다. 집안일을 하지 않아도 되니 나에게는 아이들을 돌보는 것만 남았다. 현지에 적응하면서 온전히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실제로 아이들과 새로운 경험을 하며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개발은 어디까지 가능하고 자연은 어떻게 보존해야한 걸까. 외진 푸꾸옥 남쪽 끝 언덕 위에 필로티 형식으로 지은 집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본래 원숭이와 새 및 여러 동식물의 보금자리를 사람들이 망가뜨려놓은 것에 마음이 아팠다. 쓰레기가 없는 바다를 찾기가 어려워지 시대. 플라스틱 빨대..
어느새 우리가 이사한지 1년이 지났다. 쌀쌀한 공기에 옷깃을 여미며 동동걸음을 걷고 있으니 작년 이곳에 처음와서 느꼈던 낯선 느낌이 되살아난다. 지금도 이 곳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내가 정말 살고 싶었던 곳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푸른하늘을 실컷 볼 수 있어서 너무나 좋은 1년이었다. 그리고 나무와 참으로 가까워졌다. 이곳의 조경이 아파트 단지의 조경보다 훨씬 더 나무와 가깝다는 걸 알게되었다. 뭔지 모르게 나무와 한 발 거리가 있는 아파트의 조경을 보고 있노라면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난 1년동안 별이도 달이도 많이 컸다. 우리 가족 모두 우리 마을에도 꽤나 잘 녹아들었고, 우리 집에도 잘 스며들었다. 오늘밤 달이가 잠들기 전에 어제 봤..
명절이 되면 여기저기에서 선물이 오곤 한다. 남편의 직업특성상 명절이면 선물을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감사히 생각하며 받곤한다. 그렇지만 선물이 꼭 반갑지만은 않은 부분이 있다. 바로 포장이다. 포장은 자고로 받는 사람을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을 보여주는 선물준비 과정에서의 화룡점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쓰레기가 사회문제로 부각이 되고 있는 지금의 현실 속에서 쓸데없는 포장은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한다. 보냉박스와 아이스박스와 나무상자 등을 뜯고 나야 나오는 한우, 합성섬유를 종이상자에 접착제로 붙이고 그 안에 놓은 와인, 택배상자와 보자기포장과 또다른 상자를 열면 개별적으로 비닐포장까지 되어 있는 과일들. 이 모든 것들이 고맙고 반갑기는 하지만 좀 더 간편하고 가볍게 포장을 했다면 보낸사..
이사를 온 후 아이들과 나의 일상이 안정되면서 주중에 하루나 이틀정도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자유로운 상태로 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되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에 대해 좀 더 명확해지고 있다. 요즈음엔 '눈물의 땅, 팔레스타인'이라는 책을 두번째로 읽고 있다. 한 번 더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독성도 좋고, 재미있는 책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나라들의 역사와 현재 상황에 대해서 알 수 있는데 그 내용이 너무나 충격적이고 흥미로워서 탐독을 하는 중이다. 나는 이렇게 세상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는 비문학 책 읽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이런 책을 읽고 나면 에너지가 좀 더 차오르는 느낌이 든다. 이번에 다 읽고 나면 서평도 남겨보고자 한다. ..
불면증에 시달리는 날들이다. 제주 한달살이라는 설레는 이름에 정말 걸맞지 않는 지긋지긋한 단어이다. 커피를 마시는 게 문제인건가 싶어서 커피를 한잔도 안 마신 날들도 있었다.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누워 있으면 뇌 속에 스위치가 꺼지지 않는 느낌이다. 진짜 스위치가 있으면 좋겠다. 껐다 켰다 할 수 있도록... 잠이 오지 않아서 한 밤 중에 이불 위에 앉아서 심호흡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 날도 있었다. 어제는 책을 읽다가 요가도 하고 샤워도 하고... 그래도 뇌 속의 스위치가 꺼지지 않는다. 보통 새벽 3~4시쯤이면 잠이 든다. 혼자서 아이들을 돌보아야 한다는 무의식 속의 스트레스가 원인인건지... 소음도, 조명도, 기온도 모두 완벽한데, 잠이 오지 않는다. 밤에 잠을 잘 수 있는 것도 축복이다.
6.25전쟁 이후에 이렇게 전국민에게 영향을 미쳤던 불안감과 위기의식이 있었을까. 전쟁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수도 있겠지만, 코로나 19라는 감염병 대유행은 2020년을 옥죄며 우리를 불안하고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올 한 해 좋았던 점도 있었다. 실내 생활이 제한되었기 때문에 가족 또는 소수의 지인들과 즐길 수 있는 실외 생활을 찾고자 노력했던 시간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첫번째로 홍천 시골집에서의 여름날들. 지난 여름만큼 홍천집이 있음에 이렇게 감사한 날이 없었다. 7월에는 주말마다 차를 몰고 아이들과 함께 홍천집에 갔다. 매주 한, 두 가족을 초대하여 물놀이과 바베큐를 함께 했다. 한적한 시골집과 계곡에서 아이들과 마음껏 놀 수 있음에 감사했다. 두번째로 청명한 가을날의 공원 나들이. 아이 친..
2017년 여름쯤, 찌뿌둥한 몸을 조금이라도 풀어보고 싶어서 회사 근처 요가원에 등록을 하였다. 요가원의 이름은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아쉬탕가 요가. 약 2달도 채 채우지 못하고 달이를 임신하는 바람에 그만두게 되었지만, 당시 아쉬탕가요가에 대한 기억은 꽤나 강렬하게 남아있다. 리드미컬하게 연속되는 동작과 공간에 울리는 사람들의 호흡소리 그리고 알 수 없는 인도어 요가 용어들. 여태까지 요가 수업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재미가 있었다. 2020년 10월 약 3년여만에 아쉬탕가요가를 다시 해보게 되었다. 강남역 요가원은 아니지만 그 사이 발달한 매체의 힘을 빌려서 집에서 티비를 통해 유투브 영상을 보며... 2017년의 기억이 다시 떠오르며 한시간여 함께 하다보니 뭉쳐있던 몸이 조금씩 풀리고 있는 느낌이다...
이른 아침이다. 무려 4시 50분에 맞춰둔 알람소리를 듣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이가 밤잠을 안정적으로 자면서 나에게도 신세계가 열렸다. 이제 마음만 가득했던 새벽 기상을 시작해보고자 한다. 의지가 박약하여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란 걸 느꼈다. 그래서 친구의 도움을 좀 받기로 했다. 일어나자마자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바깥은 어둡고 조용하고 신문을 배달하는 분만 분주하다. 그 시간에도 깨어서 새 날을 맞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집 앞 공원으로 향했다. 동네 공원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는 벌써 달리고 있었다. 박자에 맞춰서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달리고 있는 친구의 뒷모습은 건강미가 넘쳤다. 요새 너무 운동을 하지 않아서 더 구부정하고 어정쩡한 나의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2019년에는 특별하게도 글쓰기 모임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글로서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평소같았으면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게으름에 밀려서 생각으로만 남았을 일인데 말이다. 역시 나라는 사람은 자발성이 부족한 사람인 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면서.... 그래도 한 번 2019년을 마무리하는 글을 남겨보고자 한다. 2019년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우리 둘째, 달이와 지지고 볶은 한 해였다. 올 해에는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기로 결심을 한 이상 너무나 뻔한 예상되었던 결과이기도 하지만 나에겐 특별한 결과이기도 하다. 올 초 아직 한 발자국 걷지도 못하고 벙싯벙식 웃기만 하던 아이가 지금은 애교섞인 눈웃음과 함께 뒷걸음질도 하고 뛰어다닐 수도 있는 아이가 되었으니 말이다. 이 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