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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관리직과 가정주부 비교

진지한 꽃사슴 2019. 11. 10. 23:23

 사회생활을 10여년 정도 했다. 내가 몸담았던 회사만 무려 5개나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 회사에서 했던 업무가 회사에서 운영중인 펀드 및 회사자체에 대한 관리직이었는데, 여러가지로 내 적성에 가장 맞는 업무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 사회 노동력으로 측정되지 않는 직업, 가정주부로 2년여정도 보내고 있는데, 이 일을 하면서 종종 회사 관리직과 여러모로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린아이를 돌보는 가정주부는 두가지 고객의 만족을 추구해야 하는데, 첫번째로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고 두번째로 나 자신의 만족을 충족해야 한다. 이러한 목표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똑같이 반복해야 하는 업무들이 있다. 아침부터 기저귀 갈기, 쉬 닦아주기, 우유 먹이기, 블라인드 올리기, 아침 만들어서 먹이기, 옷 입히기, 유치원 등원시키기 등등 나열을 하면 끝도 없다. 이러한 반복적인 업무들 중간중간에 수시로 불어닥치는 예상치 못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쏟은 물 닦기, 없어진 장난감 찾아주기, 손목시계 채워주기, 넘어져서 울고 있는 아이 달래기, 싸우는 아이들 중재하며 달래기 등등 이 또한 열거하려고 하면 지리할 정도로 많다. 쉬는 시간은 거의 없다. 업무는 밤 늦게까지 계속된다. 퇴근은 거의 10시쯤. 

 회사 관리직은 두가지 고객의 만족을 추구해야 하는데, 첫번째로 LP(Limited Partner, 일명 쩐주)들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고 두번째로 사장님의 만족을 충족해야 한다. 이러한 목표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Daily, Weekly, Monthly 등등 주기별로 해야 하는 반복적인 일들이 있다. 이 일들을 다 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꽉 차고도 남을 정도로 숨가쁘게 돌아가는데 중간중간에 수시로 불어닥치는 예상치 못한 업무까지도 수행해야만 한다. 예를 들면 LP들의 국정감사 back data자료 만들어주기, 제안서 back data자료 만들어주기 등. 이 업무 역시 쉬는 시간은 거의 없다. 업무는 밤 늦게까지 계속된다. 퇴근은 거의 10시쯤. 

 그렇지만 큰 차이점들이 있다. 가정주부 고객의 만족은 나에게 직접적으로 행복으로 다가온다. 반면에 회사 관리직 고객의 만족은 그저 안도감정도로 다가온다. 가정주부는 서서 하는 일이 많고 육체노동이 많다. 반면 회사 관리직은 앉아서 일하고 정신노동이 많아서 퇴근할 때쯤이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가정주부는 내 이름이 불리는 일이 거의 없지만 회사 관리직은 적어도 내 성씨정도는 불리곤 한다. 가정주부는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일이지만 회사 관리직은 어디 나가서 이 정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이다. 마지막으로 가정주부는 돈을 벌지 못하지만 회사 관리직은 월급을 받는다.

 사회를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가 가정이고 가정이 단단해야 결과적으로 사회가 단단해질 수 있는데 여전히 가정은 개인적인 일로 치부 받곤한다. 경험상으로는 회사 관리직의 업무가 가정주부의 업무와 그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사회적인 시선은 너무 큰 차이가 있다. 성평등 및 출산율 증진에 대해서 말함과 동시에 가정주부에 대한 위상을 높힐 수 있는 문화 또한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회사 관리직 정도의 위상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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