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달이와 함께
우리의 제주 일상 본문
주말에는 남편이 다녀갔다.
남편 덕분에 별이는 재미난 시간들 보낼 수 있었고, 달이는 잘 쉴 수 있었다.
남편이 오지 않았다면 아마 이곳에서 애 둘 데리고 엉엉 울었을지도 모른다. 남편이 와줘서 정말 고마웠다.
다시 남편없는 우리의 일상이 시작되었다.
이제 마지막 주라고 생각하니 아쉬워서 좀 더 많은 곳을 다녀보고 싶지만
아직도 달이의 감기가 다 낫지 않아서 어려움이 있었다.
오늘은 레이지마마 가족 프로그램으로 사려니숲길 걷기가 있었다. 나갈 것인지 말 것인지 좀 망설여지긴 했지만, 날도 어제보다 좀 풀리고, 달이를 꽁꽁 감싸고 나가면 될 것 같아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
사려니숲길은 몇 년 전부터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항상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였다.
우리가 간 곳은 붉은오름쪽 입구인데, 들어서는 순간 거의 같은 수종의 곧고 높게 뻗은 나무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나무들 사이로 평지 데크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왜 걷기좋은 길이라고 하는지 금방 이해가 되었다. 그렇지만 유모차에만 앉아있는 달이에게는 그리 좋은 길은 아니었다. 약기운으로 졸립기도 하고 배가 고프기도 하여 아이가 얼른 돌아가고 싶어했다. 그래서 그 좋은 숲길을 뒤로 하고 금방 차로 돌아왔다. 사려니숲길은 아무래도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달이가 힘들어하여 사진도 못찍었다.)
점심은 출발 전에 검색해두었던 교래향이라는 식당에서 먹었다.
우리는 통갈치구이정식을 먹었는데, 통갈치보다 아이들은 반찬으로 나온 감자, 호박전을 더 좋아했다.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반찬도 많고 맛도 좋고 고마운 식당이었다.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아이들이 기운없고 지루하고 힘들어하다가 밥을 먹고 나니 다시 활기를 찾았다.
역시 밥심이다.
이곳 제주에서는 밥을 먹고 나면 으레 카페를 찾곤 한다. 예쁜 카페 찾아다니는 재미도 있고, 아이들도 달달구리 음료수를 먹을 수 있어서 좋아한다.
이번에는 제주도 관련 책에서 대흘리 추천카페로 보았던 '구름언덕'으로 가보았다.
그런데.. 구름언덕에 도착해보니 잠시 쉰다는 팻말이 걸려있었다. 제주도에서는 항상 어딘가를 갈 때 전화를 해보고 출발해야 하는데, 그 원칙을 잊었더니 이런 일이 발생했다.
결국 근처에 있는 멜로우베이킹으로 가서 잠시 쉬었다갔다.
이것으로 오늘의 일정은 끝이 났다.
더 많은 곳을 가보기에는 무엇보다 달이가 걱정이 되어서 집으로 향했다.
3시쯤 돌아왔는데, 그 시간의 레이지마마는 아주 조용하다.
별이는 이곳에 온 이후 처음으로 유치원에서 나눠준 과제를 했다.
식탁에 같이 앉아서 해야할 일을 하고 있는 별이의 모습과 그 옆에서 꼼지락거리는 달이의 모습 속에서 제주에서의 시간이 어느새 우리에게 일상이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숙제를 다 마치지 못하고, 어느새 아이들은 집 밖으로 나갔다.
다행히 친구가 한, 두명 있어서 같이 놀 수 있었다.
약 5시쯤 되면 나갔던 가족들이 하나, 둘 돌아오기 시작한다. 그럼 레이지마마는 점차 활기를 되찾는다. 이제 아이들이 모두 친해지고 서로가 좋아하는 놀이도 파악이 된만큼 놀이에도 물이 올랐다. 저녁을 먹고 어둑해지면 우리 아이들의 신나는 밤이 시작된다. 킥보드타는 아이들, 돌아가는 뱅뱅이에서 소리지르며 노는 아이들, 야광팔찌로 나이트파티하는 아이들, 뛰어다니는 아이들...
별이는 집에 들어오라는 나를 피해서 뛰어다니는데, 별이가 그렇게 빠른 속도로 달리는 건 처음 봤다.
달이도 역시 나를 피해서 같이 뛰어다니다가 어느순간 저편에서 우는 소리가 들려서 가보았다.
뛰다가 넘어진 줄 알고 갔는데, 달이가 울면서 하고 있는 말은 "쉬 마려워~~~~~~~, 못 참겠어~~~~~~~~."
이렇게 자유롭고 신나게 놀다가 서울로 돌아가면 아이들이 얼마나 답답할지...
우리의 제주일상은 이렇게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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