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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골절 후 재활 중

진지한 꽃사슴 2023. 6. 18. 04:15

달이가 깁스를 푼지 6일이 되는 새벽이다. 지난 주 주말에만 해도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손으로 바닥을 밀며 다니던 아이가 어느새 사촌형과 함께 집에서 덩실덩실 춤도 추고 엉거주춤하게 나마 킥보드도 타면서 어제 하루를 보냈다. 

그간 참 많은 감정의 변화들이 나를 휘감고 지나갔다.

6월 12일에 깁스를 잘라내고 다시 달이의 다리를 만져볼 수 있었을 때는 눈물이 핑 돌만큼 감격스러웠다.

5세 아이는 재활이 필요없다는 의사의 말을 믿고 금방 걸을 수 있을 줄 알았으나 발 뒤꿈치가 아파서 못 걷겠다는 말에 나도 남편도 달이 자신도 실망을 하기도 했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걸을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걷지 못 한 채 하루를 보냈을 때에는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쳤다.

14일 오후에 도서관에서 달이의 두 손을 잡고 뒷걸음치면서 같이 걸어갈 때에는 아기 때 본 첫 걸음마 때보다도 더욱 기쁘고 환희에 차올랐었다.

그 후로 하루하루 조금씩 상태가 좋아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감사한 나날들이다. 물론 아직까지 절둑거리면서 걷고 있고 달릴 수 없지만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다. 

 

이제야 달이의 골절 일지를 조금 적을 수 있을 것 같다.

그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서 적을 수 없었던 것 같다.

4월 17일 월요일 저녁, 달이 왼쪽 정강이뼈가 부러졌다. 2시간동안 집에서 오열을 하던 아이를 안고서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갔다. 몇 차례 엑스레이실을 드나들면서 울부짓는 아이를 누르고 엑스레이를 찍었다. 정형외과 레지던트가 직접 매준 깁스로 아이는 가까스로 안정을 찾는 듯 했으나 이내 집에 와서도 연신 "집에 가자"며 울었다. 잠을 이룰 수가 없는 밤이 지나갔다.

다음 날 병원 외래 정형외과에서 정강이뼈 위로 부목을 하나 더 댔다. 아이는 현실을 부정하며 다리에 있는 그것을 빨리 벗기라고 하며 오열했다.

한 주 뒤 다시 찾은 병원에서 새 붕대를 바꿔서 다시 정강이 앞 뒤로 있는 부목을 매주었다. 그 때 또 한 번 문제가 생겼다. 집에 돌아온 뒤 계속해서 달이가 발을 주물러 달라고 했다. 날이 갈 수록 밤에 잠을 못자고 일어나서 아파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뭔가 이상했다. 급기가 일요일 밤에 아이 아빠가 응급실에 가기도 했지만 별 성과없이 돌아왔다. 5월 1일 월요일에 예약되어 있는 진료일을 하루 앞두고 병원에 갔다. 진료를 기다리면서 아이는 거의 미친듯이 울었다. 알고보니 발뒤꿈치에 피부괴사가 있었던 것이다. 그 전 주에 부목을 다시 감을 때 위치가 잘못 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 날 피부괴사를 확인하고 통깁스로 바꿔서 했다. 골절 후 2주 정도가 지나면 어느정도 안정이 되기 때문에 통깁스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어려운 시간이 흐르고 아이는 통깁스에 조금씩 적응을 하면서 통증을 잊어가기 시작했다. 

5월 8일에 다시 내원하여 피부괴사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통깁스를 잘라냈다. 달이는 통깁스를 잘라내는 소리와 진동에 놀래서 "너무 해."라면서 울었다. 피부가 악화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하고 다시 통깁스를 했다.

2주 뒤인 5월 22일은 골절 후 5주가 되는 날이었다. 골절 초기에 의사가 6~8주정도 깁스를 해야 한다고 하여서 6주에 끝내기를 희망하면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었다. 따라서 그 날 과연 언제 깁스를 풀 수 있을 지 대략 설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내원을 하였다. 하지만 의사는 3주 더 하고 있어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고 나도 달이도 너무 큰 실망을 하였다. 그날부터 남은 3주는 정말 힘든 시간이었던 것 같다. 또 그 날은 허벅지까지 올라와 있던 깁스를 무릎 밑까지 오는 짧은 깁스로 바꾸기도 했다. "짧은 건 아파."라며 처음에는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던 달이는 금새 무릎을 움직일 수 있는 상황에 적응하게 되었다. 무릎 위로 올라오는 깁스는 무릎을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켜 주는데 무릎은 6주 이상 고정시키면 다시 움직이는데 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짧은 것으로 바꾼다고 하였다.

그리고 3주 뒤인 6월 12일, 골절 후 8주만에 달이 다리를 꽁꽁 감싸고 있던 딱딱한 그것으로부터 해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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