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달이와 함께
통영, 거제, 매물도 (2013년 5월) 본문
페이스북에서 발견한 예전에 썼던 여행기를 이곳 블로그에 옮겨와 저장한다.
매 여행마다 이런 여행기를 남겼더라면.... 이라는 아쉬움이 남지만... 통영, 거제, 매물도 여행이 그만큼 감동과 즐거움이 컸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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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금요일) 석가탄신일 황금연휴를 맞이하여 통영과 매물도 여행을 다녀왔다.
통영은 수많은 예술인들(화가 전혁림에서부터 시인 청마 유치환까지)을 낳은 아름다운 고장이었다. 산양도로를 따라 굽이굽이 보이는 미륵산 자락의 작은 마을들은 그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맑고 바람이 없는 날씨 덕인지 통영주변 바다는 마치 호수처럼 잔잔하게 청록 빛을 뽐내고 있었다. 특히나 당포산성 위에 올라 바라본 바다와 산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조용함 속에서 불어오는 살랑 살랑 바람 결에 향긋한 꽃향기가 묻어있고 낮게 깔린 작고 이름 모를 풀밭 한가운데 고목 한그루가 자잘한 가지를 하늘 속에 스케치하며 마을을 굽어보고 있었다. 사람이 잘 찾지 않는 곳인 것 같은데 역시 여행은 예상치 못했던 아름다움을 찾았을 때 그 즐거움이 두배가 되는 듯 하다. 산양도로변 어느마을에서 통영의 별미인 멍게 비빔 밥을 먹었다. 멍게와 콩가루의 조화가 이런 것이로구나. 그 고소함을 생각하면 아직도 입 안에 침이 고인다.
한적하고 아름다운 미륵도 내와 대조적으로 통영시내는 전국에서 연휴를 즐기러 온 사람과 자동차로 꽉 막혀 있었다. 특히나 모든 통영 관광객들이 찾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동피랑 마을은 벽화를 따라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이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동피랑 마을은 벽화 덕분에 옛모습을 이을 수 있었지만 너무 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조용했을 옛 모습은 잃어버린듯 했다.
조선 수군 유적지도 통영 여행에 재미를 더해준다. 세병관은 수군 객사이자 중요한 의례를 치르곤하던 장소였다. 400년 전의 모습을 간직한 세병관의 빛바랜 목조건물 내부 모습에서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지금도 이순신 장군에 대한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하는 충열사에서는 이순신장군의 위대함을 상기시키게 된다.
통영에는 크게 두개의 시장이 있다. 중앙시장과 서호시장. 중앙시장은 그야말로 통영의 중심에 위치하여 여행객들의 저녁 횟감과 특산품들로 활기를 띠는 곳이다. 서호시장도 중앙시장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으나 이곳은 좀 더 그 지역 주민들의 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시장에서의 풍성한 생선 장사와 나물을 비롯한 여러 채소들 보는 재미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시장 구경을 마치고 우리는 통영의 대표김밥인 충무김밥은 사들고 대매물도행 배를 타러 거제도 저구항으로 향했다.
굽이굽이 거제도 산속 도로를 지나 내리쬐는 햇살 속에서 주차 전쟁을 겪고 있는 저구항에 도착했다. 저구항 선착장 근처에는 재미나게도 막걸리 양조장이 있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우리 남편은 막걸리 한 병 사들고 대매물도 행 배를 타러 갔다. 미리 해두는 말이지만 그 날 저녁 맛을 본 저구 막걸리는 그 맛이 일품이었다.
대매물도는 두 개의 마을을 품고있다. 당금마을과 대항마을. 우리가 머무른 곳은 당금마을로 대, 소매물도 내에서 서울의 강남이라 불릴 정도로 편의시설(수도, 전기)이 가장 잘 갖춰진 곳이다. 사실 그렇다하더라도 당금마을도 20채 내외의 집이 다인 작은 마을이다. 숙소는 미리 예약하고 온 동백민박. 마당 동백나무가 꽃이 필 때면 제법 흐드러질 것 같아보였다.
대매물도의 특징이라면 섬 내에 차도가 없다. 다시말해서 차가 다니지 않는 곳이라는 것이다. 작은 섬이라면 당연한 일일 수 있으나 이전에 가 본 가장 작은 섬이 울릉도였던 나에게는 꽤나 신선한 경험이었다. 차가 없는 대신 마을과 마을 그리고 섬내를 잇는 길은 산속 길이다. 온 섬이 평지는 없이 비탈길과 산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장 높은 봉우리인 장군봉도 200m정도이고 산길도 잘 닦여있어서 돌아보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장군봉에 오르면 소매물도를 비롯해서 한려수도의 작은 섬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장군봉에서 당금마을로 돌아가는 길목에선 연두빛으로 펼쳐진 초원과 섬의 실루엣을 따라 깍아진 절벽, 그 아래로 진한 쪽빛의 바다가 가는 길 곳곳에서 감탄을 자아낸다. 정말 자연의 작품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듯하다.
동백민박에는 주인 할머니가 홀로 살고 계시면서 민박객들을 맞고 계셨다. 민박객들에게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 마을 이야기를 재미난 표정과 정겨운 사투리로 해주셔서 듣는 내내 웃음이 절로 났다. 젊으셨을 때는 낚시도 꽤나 하셨다는 할머니 덕분에 우리남편도 신이 나서 낚시대 하나 빌려 포구로 낚시하러 내려갔다.
그 전엔 몰랐는데 새로운 경치 구경하러 여러 산 찾아다니듯이 여행가서 새로운 바다에서 낚시를 즐기는 인구도 꽤나 되는 듯하다. 초보 중에 초보인 것도 있지만 때도 잘 맞지 않아서인지 낚시대에 입질조차 거의 없었다.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보다가 날도 저물고 해서 아쉽지만 수확없이 돌아가려던 차....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우리 남편이 시야에서 사라져서 두리번 거리며 찾아보니 저만치에서 물속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낚시줄을 드리우고 있었다. 아쉬움에 그냥 돌아갈 수 없었던 것인지 나도 재밌어서 물 속을 바라보니 이게 왠 걸 어디있나 궁금해하던 물고기들이 그 속에 떼로 있는 게 내 눈에도 들어왔다. 그 자리에서 몇 번의 시도 끝에 어이쿠나! 드디어 한 마리가 우리 남편의 낚시 줄에 걸려들었다. 크기도 20~30cm는 족히 되는 꽤 큰 놈이었다. 우리 남편은 신이 나서 소리 지르고 흥분을 맘껏 표출했다. 그렇게 잡은 고기 이름은 망상어. 특이하게도 뱃속에는 알이 아닌 새끼를 베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 남편 덕분에 저녁으로 맛난 망상어 구이도 먹어보고, 그 날 저녁도 배부른 한 끼를 먹을 수 있었다.
대매물도는 간판으로 내놓을만한 관광지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아직까지도 마을민들과 여행객들이 어울어질 수 있는 정겨운 곳이었다. 또한 발품을 팔아 돌아다녀보면 이름이 나지 않았을 뿐 가슴 한 구석에 기억이 길이 남을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부디 이 곳이 오랫동안 이러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기를 바래보며 즐거웠던 매물도를 떠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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