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달이와 함께
오스트리아, 짤즈부르크 (Salzburg, Austria) 본문
일상에 치여 블로깅 할 여유를 찾지 못했었던 한달여를 보내고, 다시 오스트리아 여행기로 돌아왔다.
오스트리아에서 세번째 목적지는 짤즈부르크.
모짜르트의 고향으로 유명하며 여전히 서양 클래식 음악의 산실인 곳이고, 클래식 음악 축제의 장이기도 한 짤즈부르크.
그 곳으로 향한다는 설레임으로 들뜨기도 전에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발생했다.
그 날은 일요일이었는데, 일요일의 버스 시간표는 평일과 다르게 매우 드문드문 있었던 것이다. 평일 시간표를 잘못 받아보고는 거기에 맞춰서 움직였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아서 일요일 스케쥴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대략 난감한 상황이었다. 결국 우리가 택한 방법은 바뜨이슐(Bad Ischul : 짤즈부르크까지 버스를 타고 가기 위해서 들려야 하는 곳. 할슈타트에서 짤즈부르크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는 없다.)까지 택시를 타기로 했다. 택시비가 많이 비쌌었지만 몇시간동안 버스를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택시를 타고 달린 할슈타트에서 바뜨이슐까지의 여정. 이 지역도 짤즈 캄머구트였던지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까지 알려지지 않은 호숫가의 아름다운 캠핑 스팟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택시기사 아줌마(^^)가 내려 준 곳은 바뜨이슐 내의 버스터미널로 그곳에는 짤즈부르크 행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약 10여분을 기다렸을까. 우리는 드디어 짤즈부르크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짤즈부르크까지의 길은 많이 막혔다. 지치고 지루한 버스 속 시간 속에 아름다운 짤즈 캄머구트의 풍광도 더이상 감탄을 자아내지 못했다.
다음은 바뜨이슐에서 짤즈부르크까지 버스를 타고 달린 길. 짤즈부르크는 오스트리아의 서쪽 끝으로 독일과 거의 맛닿아 있는 도시이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몇몇 도시에서의 숙소는 Airbnb를 통해서 잡았다. 그 중 한 곳이 바로 짤즈부르크였다. 방과 부엌으로 이루어진 작은 아파트였는데, 너무나 아늑하고 깨끗해서 여행 숙소라기 보다는 정말 내집같은 곳이었다. 숙소가 참으로 마음에 들었던 짤즈부르크에서의 추억이다.
짤즈부르크 여행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도착하는 날이 짤즈부르크 페스티발 기간임을 알고 그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 모차르트의 고장인만큼 멋진 모차르트 음악을 듣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머무는 기간 동안 모차르트 공연 프로그램은 없었다. 결국에 예매한 것은 베토벤 현악 4중주로 짤즈부르크에 도착한 날 저녁에 예정되어 있었다.
시간이 빠듯하여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부리나케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공연장을 찾아서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는 낯선 도시를 뛰고 뛰고 또 뛰었다. 그렇게 또한번의 우여곡절 끝에 반바지, 반팔티, 그리고 운동화를 신고 공연장인 Mozarteum에 도착했다. 그곳은 유럽 내에서도 음악으로 유명하다는 Mozarteum University의 공연장 건물로 내부는 화려하고 고풍스러움이 물씬 느껴지는 곳이었다. 문제는 모든 사람들이 오늘의 공연과 사교를 즐기기 위해서 한껏 멋을 내고 dressed up하고 입장을 하였는데, 우리는 앞서 말했듯이 노란색, 주황색 반팔티와 반바지, 그리고 빨갛고 파란 흙 묻은 운동화 차림이었다는 것이다. 친절하게도 매표직원은 우리에게 괜찮다며 좋은 시간 보내라며 welcoming 메시지를 듬뿍 안겨주었지만 다른 관람객들의 따가운 시선은 피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인 것을... 옷차림 때문에 공연을 즐기지 못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다른사람들의 시선이야 아랑곳하지 않고.. (실상은 아랑곳하지 않기 정말 어려웠다.) Hagen Quartett의 선율에 빠져들었다. 공연장의 분위기와 그들의 연주는 마치 시간여행을 하고 중세의 유럽의 한 가운데 온 듯한 느낌을 받게 하였다. 그날의 연주자들인 Hagen Quartett에 대해서 공연 이후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들은 베토벤의 현악4중주 연주자로서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높은 팀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후 10월 경 서울에서도 Hagen Quartett의 공연이 열리기도 하였다.
그날 밤 강 너머 저 멀리 조명을 밝힌 짤즈부르크 성을 바라보며 음악의 여운을 가지고 힘겨웠던 하루를 마무리했다.
짤즈부르크는 UNESCO에서 지정한 World Heritage Site 중의 하나이다. 강을 사이에 두고 서쪽은 고도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보존하고 있는 지역이고, 동쪽은 기차역과 버스 환승지들이 있으면서 좀더 활기찬 현대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래는 서쪽 지역의 고도시를 묘사한 옛지도. 그리고 그 아래는 짤즈부르크 성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두 사진을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옛모습을 지금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짤즈부르크 관광업에 이용되는 두가지의 큰 story가 있다. 첫번째는 두 말할 필요조차 없는 모차르트의 고향이라는 것과 두번째는 영화 sound of music의 배경이라는 것이다. 그 영화에서 도레미 송을 부르는 장면에서 잠깐 나왔던 미라벨 공원(Mirabell garden)에 아침 일찍 들려보았다. 정원에는 높은음자리표 모양으로 꽃을 심어놓았다고 하는데, 사실 내가 보기에는 별 의미 없는 그저 예쁜 문양 정도로 보였다. 저 멀리 짤즈부르크성까지 보여서 정원의 아름다움이 배가 되는 것 같다.
걸어가면서 우연히 발견한 카라얀의 집. 음악으로 명성이 높은 도시여서 일까. 그 유명한 카라얀도 이곳에서 머물렀었구나.
짤즈부르크 여행을 준비하다 보면 이 도시의 볼거리로 빠지지 않고 나오는 곳이 있다. 바로 좁은 길을 따라 늘어선 작은 상점들 위로 달려있는 간판이 유명한 골목길인 Getreide Gasse(게트라이드 가세)이다. 그 간판이 유명세를 얻은 것은 서민들이 글을 읽지 못하던 시절 각 상점들이 무엇을 파는 곳인지 알려주고자 그림으로 간판을 만들어 매달았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곳을 찾아갔는데, 역시나 간판마저도 예술로 승화시킨 옛 짤즈부르크 사람들의 정신이 느껴지는 거리였다. 그렇지만 옥의 티라고 한다면 이제는 관광객들이 더 많이 찾는 거리가 되어 각종 명품샵들이 늘어져 있다 보니 단지 옛 것을 지키기 위해서 지켜지고 있는 인위적인 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Getreide Gasse(게트라이드 가세)에서 시작해서 고도시 이곳저곳 골목골목을 천천히 구경하고 다녔다. 전통의상 가게도 모짜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 나오는 파파게노 인형도 이런저런 기념품 가게들도 오스트리아 짤즈부르크에서만 볼 수 있는 재미난 구경거리였다.
조금 걷다보면 이 고도시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residenplatz에 다다른다. 우리는 이 광장에서 information center를 발견하여 여기서 Slazburg Card를 구입했다. 1인당 23유로면 처음으로 카드를 긁은 시점으로부터 24시간동안 버스 및 대부분의 관광 포인트들이 무료이기 때문에 하루종일 관광을 목적으로 돌아다닐 우리같은 사람들에게는 필수 아이템이다.
기분좋게 카드를 사들고 나오면 바로 옆에 dom platz에서 드디어 이곳의 자랑이자 오스트리아의 자랑, 그리고 전세계 수많은 음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모짜르트 동상을 만날 수 있다. dom platz는 그 옆의 짤즈부르크 대성당이 Salzburg dom이라고도 불리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Salzburg dom, 즉 대성당은 지붕위의 바란 돔이 특징인 바로크양식의 화려한 성당이다. 그 내부는 하얀 기둥과 대조적인 붉은 빛깔의 그림이 감탄을 자아낸다. 이 대성당에서 모짜르트는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음악의 도시 답게 광장에서는 거리의 악사들도 만나고...
그렇게 같은 방향으로 가다보니 Salzburg Castle에 다다랐다. 짤즈부르크 성까지는 걸어서 올라가는 길도 있었지만 우리는 여행의 피로를 조금이라고 덜고자 케이블카를 선택했다. 성에 오르면 짤즈부르크의 전경을 조망할 수 있는데, 야외 커피숍에서 잠깐 앉아서 여유롭게 감상하기로 하였다.
안타깝게도 커피가 다 식기도 전에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면서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서 우리가 커피숍의 마지막 손님이 되고 말았다. 날씨가 맑으면 저 멀리 눈덮힌 알프스의 끝자락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하는데, 우리에게 그런 행운까지 따라주지는 않았었다. 구름 아래 나즈막한 주택들이 들어선 마을이 내눈에는 평화롭게만 보였다.
짤즈부르크 성에는 우리에게는 낯설게도 archbishop이 살았었다고 한다. 종교와 정치가 뒤섞여 있던 시절에는 사제가 성에 머무르면서 마을을 다스리기도 했었나보다. 성은 처음에는 매우 작고 아담한 성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중세 역사 속에서 점차 확장하여 지금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성 내부에서 또 다른 작은 마을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성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성 내부에도 작은 마을이 형성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성 안에는 마리오네뜨 박물관과 짤즈부르크 주변의 역사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박물관이 있다.
날이 흐려도 성 주변 어디에서나 그 경치는 정말 아름다웠다.
짤즈부르크 성 구경을 마치고 다시 마을로 돌아와 조금 걷다보니, 무겁게 하늘을 드리우던 구름이 결국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후두둑 소나기를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맛있는 점심 식당을 찾아 헤매던 우리는 결국 눈 앞에 보이는 오스트리아 전통식당으로 내달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는 비 소리를 들으면서, 창 밖에 우산을 받쳐쓰고 종종 걸음을 걷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오스트리아 전통 돈까스라고 할 수 있는 슈니쩰과 그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크림소스 마카로니 같은 오스트리아 전통 음식을 맛봤다.
점심 식사 후 비는 그쳤지만, 잔뜩 골난듯한 하늘은 여전했다.
흐릿한 하늘과 으슬으슬한 날씨 때문에 이후에 짤즈부르크에서 찍은 사진들은 많지 않다.
우리는 주변 구경도 할 겸 다리도 쉴 겸 시내버스를 타고 짤즈부르크 외곽의 주택가로 멀리까지 나가보았다.
사람들의 일상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짤즈부르크의 시계는 세상에서 바쁜 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서울에서 온 우리에게는 더디게 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도 우리네처럼 삶에 대한 희노애락이 있을진저 아름다운 경치와 마을을 품고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좀 더 행복해보였다.
짤즈부르크 외곽으로 조금 나가면 넓은 평원 앞에 불쑥 솟은 산들을 볼 수 있는데, 사실 그 나쁜 날씨 속에서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고 산으로 구경을 갔다. 그렇지만 역시나 산속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마을구경을 한 것에 만족하면서 다시 짤즈부르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 날 짤즈부르크에서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모짜르트가 태어난 생가였다. 모짜르트가 태어난 가옥과 이후 이사하여 유년시절의 대부분을 살았던 집이 모두 박물관으로 되어 있었다. 그가 어린시절 살던 집의 모습도 구경할 수 있고, 모짜르트를 둘러싼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짤즈부르크에서는 2박3일을 머무르며 좀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는데,
마지막 날 우리가 찾은 곳은 짤즈부르크 외곽에 위치한 Hellbrunn palace였다.
이 곳도 짤즈부르크 성과 마찬가지로 archbishop이 머물던 곳인데, 그 궁전을 지은 archbishop의 익살이 느껴지는 재미있는 궁전이다. trick fountains이 있다고 하여 대체 그것이 무엇인지 의아하였는데, 직접 방문해보면 예상치 못했던 즐거움에 까르르르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온다.
Hellburnn palace의 숨겨진 보석이라면 sound of music에서 큰딸이 I am sixteen going on seventeen이라는 가사의 노래를 부르며 남자친구와 첫사랑의 달콤함에 빠진 그 팔각정(^^)이 있다는 것이다. 기대치 않고 걷다가 눈 앞에 보인 팔각정을 보고서야 이 곳이 영화 촬영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Hellburnn palace는 짤즈부르크를 찾을 사람이라면 꼭 들려보기를 추천한다. 우리도 갈까말까를 망설이다가 가기로 결정하였었는데, 오길 잘했다를 연발했었던 것 같다.
아기자기하고 여러가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곁들여져 있는 짤즈부르크에서의 2박3일이었다. 나이가 좀 더 들어 여유가 있다면 다시한 번 짤즈부르크에서 클래식 공연을 감상하며 2013년 여름을 추억해볼 기회가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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