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달이와 함께

오스트리아, 오베르트라운, 할슈타트(Obertraun, Hallstatt in Austria) 본문

여기저기

오스트리아, 오베르트라운, 할슈타트(Obertraun, Hallstatt in Austria)

진지한 꽃사슴 2013. 10. 7. 21:31

오스트리아에서의 두번째 목적지는 오베르트라운이었다.

오스트리아 여행을 준비하거나 경험한 사람이라면 일반적으로 할슈타트에 대해서 알고 있을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할슈타트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전한 바 할슈타트는 여행지로서 그 인기가 최고조에 달한 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여행일로부터 한 달 전에 숙소가 모두 예약이 끝나, 남은 방을 찾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택하게 된 것이 바로 오베르트라운.

오베르트라운은 할슈타트에서 기차역으로 한 정거장 차이의 거리에 있는 마을로, 할슈타트와 함께 할슈타트 호를 끼고 있는 곳이었다.


빈에서 오베르트라운까지는 기차로 가기로 결정하여 서울에서 온라인으로 기차표를 예매해 갔었다.


그런데 돌발상황 발생!


빈 서역(westbahn)에 도착하여 기차표 기계에 예매번호를 입력하는 순간, 기계는 없는 번호라는 황당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시간은 출발 10분전..

아무리 재차 시도를 해보아도 기계는 똑같은 반응뿐이었다.

information center에는 줄이 너무 길고, 결국 플래폼으로 나가서 무작정 역무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였으나, 역무원은 고개를 가로지으며 딱딱한 독일 억양으로 연신 "information center"만을 반복하였다. 이런 무책임한 역무원을 봤나... 아무리 시간이 몇 분 안 남았다고 설명을 해보아도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우리가 택한 방법은.... 기차를 그냥 타는 것.

우리가 믿은 것은 예매정보 화면을 찍어온 사진..뿐이었다.

이렇게 찜찜한 마음으로 기차에 타게 되다니...

그런데 더욱 황당한 것은 기차 안에서 드디어 역무원이 표 검사를 하러 다가왔는데, 바로 전에 보았던 그 플래폼 역무원 아저씨였던 것이다. 아저씨는 연신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우리가 예매정보 화면 사진을 보여줘도 "This is no ticket. No Good~"이라며 고개를 가로 저으셨다. 

그렇지만 아저씨도 결국에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였는지... 이 상황을 외면하려고 하는 듯 그냥 우리를 지나쳐 다음 사람에게로 갔다.


이렇게 빈에서 오베르트라운까지의 기차여행은 불편한 마음과 피곤한 몸으로 시작되었지만..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을 누구러뜨릴 수 있었다.

(결국 이 사건은 환승역인 아트낭푸크하임(attenang pucheim) information center에서 티켓을 발급해 줌으로써 일단락되었다. 아트낭푸크하임의 직원은 정말 친절하였고, 코드 입력 시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기차를 타고 달린 길은 대략 아래와 같았고, 4시간정도 소요되었다. 


오베르트라운 부근부터 그 일대의 구릉지대를 잘츠캄머구트라고 하는데, 지도를 통해서 살펴보면 알프스산맥의 동쪽 줄기와 연결되는 낮은 구릉지대임을 확인할 수 있다. 평지밖에 없던 빈 근처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 절벽처럼 솟아있는 산 아래에 요트가 여유로이 떠다니는 영롱한 푸른 빛의 호수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오베르트라운 역 도착.


 


날씨가 너무나 화창하여 아침의 사건은 말끔이 잊은채 우리는 오베르트라운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건물은 거의 모두가 주택이었고, 상업지구는 마을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마트 하나가 전부였다.


집집마다 테라스에서 키우고 있는 색색의 화려한 꽃들은 마을을 아름답게 하는 데 한 몫하였다. 그 중에서도 특이한 것은 마치 넝쿨처럼 집 벽을 타고 자라는 나무였다. 마치 나무 벽화를 그려놓은 듯이, 나무가 벽을 타고 평평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숙소는 호숫가였는데, 근처로 가면 갈수록 뭔가 시끌벅적한 것이 걸음을 재촉하게 만들었다.

처음 호숫가에 도착하였을 때의 느낌은, 그동안의 풍경이 잔잔한 감동의 연속이었다면,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은 한 순간 멍하게 만들었다고나할까! 산, 그 아래 호수, 그 앞에 파란 잔디밭과 잔디밭에 앉아있는 사람들, 호수에서 수영하는 사람들, 호수 내에 설치된 철판 미끄럼을 타고 물 속으로 풍덩하는 아이들... 약간은 유토피아적인 모습에 넋을 놓게 되었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스피커를 통해서 독일어 생중계가 나오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햇빛을 가리고 하늘 위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그 날은 그 호숫가에서 패러글라이딩 경기가 있는 날이었던 것이다. 

패러글라이딩 타고 하늘 위를 날아다는 풍경은 가끔 본 적이 있지만, 패러글라이딩도 경기가 있는 줄은 몰랐다.

경기의 심사방법은 잘 모르겠으나 하늘위에서 곡예를 부리듯이 뱅글뱅글 이 방향 저 방향으로 돌기도 하고, 짝을 맞춰서 착륙하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경기를 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열광하고 박수를 보냈고,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그저 신기한 풍경이었다. 


우리도 그들처럼 잔디밭에 앉아서 유토피아의 한 장면이 되어보고자 하였다.


 



그 호숫가 잔디밭에서 우리는 확신에 차게 되었다.

오베르트라운을 선택한 것은 탁월하였다는 것에 대해서..


식당은 많지 않았다.. 마을 안 쪽에도 몇개가 있었지만 우리는 풍경을 좀 더 즐길 수 있는 호수가 식당을 택했다.

호수에서 건져올렸다고 하는 숭어구이 맛도 정말 일품이었다.


다음 날엔 할슈타트에 가는 배를 타기 전에 호숫가 산책을 하였는데,

오베르트라운 호숫가 산책을 하다보면 호수 건너편에 있는 할슈타트 마을 풍경을 볼 수 있다.



 


점심시간이 되기 전쯤 우리는 짧아서 더욱 아쉬었던 오베르트라운 여정을 마치고 할슈타트로 향하는 배를 탔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찾고 싶은 오베르트라운이었다.




할슈타트 선착장에 내리는 순간 우리가 맞닥들인 것은 단체관광객들, 그리고 오베르트라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수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이었다. 바로 전까지 누리던 조용하고 평화롭던 분위기와 꽤나 대조적이었고, 오래간만에 아시아인을 만났다는 것에 푸근함이 느껴지기도 하였지만, 할슈타트가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할슈타트는 마을 전체가 단지 관광관련 사업으로만 운영되고 있는 하나의 기업 같았다.

이곳에 소금광산이 발견된 이후에 이주하여 온 사람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집들이 모여서 아름다운 풍경화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사실 과거의 운치보다는 현재의 인공적인 모습이 강해서 우습게도 내 눈에는 롯데월드에 와 있는듯한 기분이 들게 하였다. 관광지가 자생적인 그들만의 이야기를 생산해내지 못하고 관광에만 의존하게 되는 순간 아름다움이 퇴색되기 시작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은 고심끝에 Gasthof Simony라는 곳에서 먹었다. 골목길에서 보면 눈치챌 수 없지만 식당 안으로 들어가 보면 호수변에 아름다운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할슈타트의 인공적인 풍경에 조금은 실망한 우리에게 보답이라도 하듯이 이곳의 음식은 너무나 훌륭했었다. 무엇보다도 디저트로 자허케익(Sacher torte)을 꼭 먹어보기 바란다. 빈에서 먹어보지 못한 자허케익을 여기서 맛보게 되었는데, 그 환상적인 맛에 매료되어서 서울에 돌아온 이후에도 케익을 파는 가게 앞에서는 자허케익을 찾게 된다. 


그리고 할슈타트 호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호수에서 심심치 않게 백조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차이코프스키는 어떤 풍경을 보고 백조의 호수라는 영감을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할슈타트 호가 바로 그가 상상한 그러한 곳이 아니었을까...

 

 

 

백조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처음이었다. 유유히 물 위를 떠다니는 백조의 자태는 정말 우아했다.

 

할슈타트 여행은 약간의 실망감과 그래도 여전히 새로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할슈타트의 여정을 마치고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잘츠부르크로 향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