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달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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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여행

진지한 꽃사슴 2019. 11. 18. 23:13

갑작스럽게 부산으로 1박2일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주말에 특별히 할 일이 없다. 시댁이 부산에 있다. 남편이 월요일 오전에 부산에서 미팅이 잡혔다. 그렇게 최초로 전 가족의 부산행 기차표를 끊었다.
별이는 달이가 태어나기 전에 부산행 기차를 2,3번 탔었다. 그렇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별이는 기차여행을 한다는 사실에 기대에 부풀었다. 달이는 말 할 것도 없었다. 달이는 기차여행을 한다는 말을 듣자마자부터 ‘칙치익’ 소리를 내며 기차 흉내내기에 여념이 없다.

일요일 아침 일찍, 우유만 마시고 집에서 출발했다. 수서역이 가까워서 기차여행이 한결 부담이 없어졌다. 커다란 SRT 겉면을 살짝 보고 객실에 올라탔다. 두 아이는 한자리씩 차지하고 앉아서 서로 쳐다보며 웃고 떠들었다. 별이도 들떴지만 달이는 계속해서 ‘칙치익’ 소리를 내며 엉덩이를 들썩들썩,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드디어 출발! 그렇지만 달이는 조금 실망한 듯 계속 창 밖을 쳐다보았다. 수서발 SRT는 동탄역까지 지하터널을 달리다보니 창 밖은 한동안 새까맣기만 했기 때문이다.
나는 별이를 무릎에 앉혀놓고 창 밖의 경치를 보여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깥에 보이는 산은 울긋불긋 물들어서 아름다웠고, 밭에는 작물들을 거의 수확해서 둥글고 하얀 원통형 농기구들만 군데군데 있었다. 별이는 흙색깔이 땅마다 다른 것이 신기한 듯했다. 왜 어떤 땅은 주황색이고 어떤 땅은 더 어두운 색인지 묻는다. 기차가 어찌나 빠른지 옆으로 지나가는 반대 방향 기차는 1,2초만에 소리만 남긴 채 사라져버린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대전역에 도착했다. 대전역은 부산까지 가며 거치는 역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볼거리도 가장 많았다. 10개도 넘게 뻗어 있는 기찻길, 빨강, 파랑 여러가지 색깔과 모양의 기차들, 줄줄이 이어져있는 회색빛 둥근 시멘트 기차 등등. 대전역에는 내 눈에도 신기하고 재미있는 볼거리가 많아서 더 재미있게 창 밖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후 바깥 풍경 구경도 지루해지자 기차 구경을 시작해보았다. 별이와 열차와 열차 사이 통로에 서있어도 보고 간이 의자에 앉아보기도 했다. 왜 기차가 가는 방향과 몸이 기울어지는 방향이 다르냐는 기특한 질문도 한다. 작지만 필요한 건 다 있는 화장실도 이용해본다. 별이는 물 내리는 소리가 너무 커서 깜짝 놀라며 귀를 막는다. 별이는 기차 속 여기저기가 신기하고 한 편으로는 조금 낯설고 무서운지 내 손을 꼭 잡곤 한다.
동대구역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내려서 객실이 조금 더 한산해졌다. 그래서 의자를 180도 돌려서 네 가족이 마주보고 앉았다. 아이들은 의자에 올라갔다 내려갔다. 발을 올렸다 내렸다. 이리저리로 움직였다. 마주보고 앉으니 좀 더 정겨운 느낌이었다.
그렇게 우리 네 가족의 첫번째 기차여행 목적지인 부산역에 도착했다.

혼자서 여유롭게 창 밖 경치를 즐기며 상념에 잠길 여유는 없었지만 즐거운 기차여행이었다. 어느새 아이들이 이렇게 많이 커서 짐도 많이 줄고 부담도 많이 줄었기 때문에 더욱 즐거울 수 있었다. 또한 아이와 얘기를 하며 아이의 시선으로 새롭게 바라볼 수 있어서 즐겁기도 했다. 앞으로 우리 가족은 부산 기차여행을 줄기차게 하게 되겠지만 그 때마다 가능하면 동영상보다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정겨운 시간을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며 첫번째 기차여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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