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달이와 함께

감사한 하루 본문

육아일기

감사한 하루

진지한 꽃사슴 2019. 12. 2. 22:30

자장가를 부르기 시작하니 아이들이 비교적 쉽게 잠이 들었다. 오늘은 참으로 쉬운 하루였다. 감사한 하루이기도 했다.

 

나는 성인이 다 된 지금까지도 어린 아이마냥 웃음이 좀 많고 웃음소리도 큰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학생 때 하루는 지하철 맞은편에 앉은 한 분이 나에게 얼굴이 편안해보인다고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짧은 순간동안 왜 그런 이야기를 들을까 생각하다가 찾은 대답이 "어린 시절이 행복했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나는 어린시절이 행복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부모님, 특히 훌륭한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평범한 32평 아파트이지만 집안에는 화초가 많았고, 계절별로 그 계절에 어울리는 모과, 꽈리 등의 장식품과 꽃들이 우리집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그리고 제철과일과 제철 먹거리를 엄마, 오빠와 나눠먹던 기억과 흘러간 팝송과 옛 음악을 함께 들었던 기억들이 나의 어린시절 기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유아교육으로 유명한 마리아 몬테소리의 저서를 읽어보면 0에서 6세 사이의 유아는 주변환경을 흡수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흡수한 그 기억은 내 정신의 바닥에 아름답게 남아있다. 그리고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나의 아이들에게도 그러한 행복을 물려주고 싶었다. 퇴사를 한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내가 흡수한 그 환경에서 어머니를 빼면 아무것도 없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아침에 특별한 곳에 가지 않고 달이와 집에 남아서 자석으로 중장비차 만들어주기 놀이도 하고, 책도 읽어주며 놀았다. 애교도 많고 웃기도 참 잘 웃는다. 그리고 놀다가 말고 까르르 웃으면서 달려와서 나의 품에 폭 안기기도 한다. 오늘은 낮잠도 잘 자고 일어나서 별이를 데리러 함께 별이 유치원으로 갔다. 별이와 집에 돌아와서는 배를 깎아서 셋이서 함께 먹었다. 베란다에 작은 화분 속 꽃들도 같이 솎아주고, 특별히 한 일은 없지만 조용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별이는 여느때처럼 조잘조잘조잘조잘 "옥토넛을 처음 볼 때에는 무서운 느낌이었지만, 나중에 적응이 되어서 재밌어졌어." '적응'이라는 말을 사용해보고 싶었나보다. 훌륭한 문장을 만들어 이야기하니 흐믓했다. 혼자서 두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아직도 부담스럽게 다가오지만 오늘은 밥 먹는 것도 다른 집안일 하는 것도 목욕을 하는 것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지나갔다. 참으로 평화롭고 쉬운 하루였다. 또한 이렇게 무사히 아이들과 함께하였다는 것에 대해서 내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지기까지하다. 아마도 나와 아이들간에 쌓인 유대가 이런 하루를 만들어준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러한 하루하루가 그들의 무의식 속에 흡수되어서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육아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53개월 별이와 22개월 달이  (0) 2020.01.08
'EBS 놀이의 기쁨 2부 밖에서 놀아야 큰다.'를 보고  (1) 2020.01.07
51개월 별이와 21개월 달이는  (0) 2019.11.21
기차여행  (5) 2019.11.18
문호리 리버마켓  (6) 2019.11.15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