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EBS 놀이의 기쁨 2부 밖에서 놀아야 큰다.'를 보고

진지한 꽃사슴 2020. 1. 7. 22:40

무심코 채널을 돌리던 중 제목에 끌려서 채널을 고정하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별이를 잘 놀게 할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관심사인만큼 '놀이의 기쁨'이라는 프로그램은 나에게 괜찮은 아이디어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나다를까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내내 나는 숨죽이고 내용에 집중하였고 계속해서 결론이 궁금해졌다.

 

다큐멘터리의 주제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이들은 밖에서 놀아야 한다는 것이다. 요즈음 아이들이 독립적으로 밖에서 놀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그러면 안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밖에서 놀지 못하게 된 사회적인 배경에 대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상식과 다른 점을 이야기해주었다. 나는 아이들이 보호자의 보호 없이 밖에 나가지 못하는 이유가 예전보다 아동범죄가 늘어나고 낯선사람을 믿을 수 없는 사회적인 분위기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보다는 자동차가 늘어나서 예전에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던 공간을 자동차에게 빼앗겼기 때문이라고 한 것이다. 그래서 영국의 경우에 주말 중 하루는 아이들에게 골목길을 양보하고 자동차는 우회해서 돌아가도록 하는 'Play out' 운동이 10여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골목길에 차가 다니지 않는 날이면 동네 어른, 아이들이 모두 나와서 자유롭게 놀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 것뿐만 아니라 동네 커뮤니티도 활성화 되어서 긍정적인 측면이 많은 운동인 것으로 보였다. 

 

아이들이 밖에서 놀지 못하는 점은 정말 안타까운 현상이다. 우리 별이도 항상 밖에서 신나게 놀고 싶은데 여러가지 이유로 그러지 못하고 집에 돌아오게 되는 날이 참 많다. 이 프로그램에서 말한 것처럼 자동차가 모든 공간을 다 차지하고 있는 것도 정말 큰 이유이다. 내가 여섯살 때에는 친구들과 아파트 단지내에서 마음껏 뛰어놀았는데, 지금 아이들은 놀이터를 제외한 공간에서는 항상 자동차를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하 주차장이 있는 새 아파트 단지에서는 이 면이 많이 해소되었을 것 같긴 하다.) 두번째로 꼽고 싶은 점은 유치원 하원시간이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에 국한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별이를 통해서 들여다보면, 유치원 정규반만 듣는 아이, 방과후수업을 1개 듣는 아이, 2개 듣는 아이, 종일반이어서 저녁 늦게까지 있는 아이 등 하원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만날 수 있는 친구가 거의 없다. 세번째로 앞에서도 언급한 것과 같이 아동범죄에 대한 불안함이 있다. 낯선사람에 대한 믿음이 무너져서 어린아이를 밖에 혼자 놀게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놀이터가 자유로운 놀이를 제공하지 못한다. 요즈음 대부분의 놀이터 바닥은 말랑한 우레탄 소재로 만들어져있다. 고무 바닥에서는 넘어져도 큰 상처를 입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바닥면을 이용해서 놀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아이들에게 가장 큰 놀이감은 멋진 미끄럼틀이 아이라 바로 흙과 모레, 물인데 흙놀이가 점점 특별한 놀이로 멀어져가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과연 어떻게 하면 이 많은 점들을 해소하고 아이가 밖에서 친구들과 독립적으로 놀 수 있는 것일까. 일개 개인이 해결책을 찾기에는 너무 많은 사회적인 문제와 변화가 얽혀있는 사안이다. 유아기 아이에게 놀이는 일상이자 권리인데 지금 아이들은 이 권리를 빼앗겼다. 아이를 밖에서 친구들과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게 하고 싶은데 그 방법을 찾을 수가 없다. 답답한 일이다. 이 다큐멘터리도 현상을 좀 더 정확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제공해주었을 뿐 속시원한 답을 주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