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7살 별이와 41개월 달이의 작은 독립들

진지한 꽃사슴 2021. 7. 2. 11:24

아이가 커 간다는 것은 아이가 나로부터 독립해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최근 몇가지 눈에 띄는 아이들의 독립거리들이 있었다.

 

7살 별이는 6월 어느날인가부터 유치원에 늦게 가는 것이 싫다고 하였다.

지각이라는 개념이 조금 잡힌 것인지, 단지 좀 더 일찍 가서 친구들과 놀고 싶은 것인지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다. 예전에는 늦어도 엄마와 가겠다는 것이 확고했었는데, 이제는 아빠와 등원해도 좋으니 지각은 하기 싫다는 것이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10시에 등원하기 일쑤였던 아이가 요새는 친구들 중 첫번째 또는 두번째로 일찍 가는 아이가 되었다니... 이런 변화를 보면서 이제 학교에 가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7살 별이는 약 2주전부터 혼자서 목욕을 하고 있다.

어느날인가 혼자 해보더니 재미있다면서 도와주지 말라고 한다. 나는 변기뚜껑 닫고 변기위에 앉아서 혼자 목욕하는 것을 보고만 있다. 샤워기 꽂이를 맨 아래로 내려서 거기에 샤워기를 꽂아 놓고 머리를 감는다. 긴 머리를 구석구석 잘 감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샤워하면서 신이 나서 엉덩이도 이리저리 흔들고 장난도 치고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그리고 몸을 씻을 때에는 샤워기를 손에 잡고 물을 묻히고 헹구기를 한다. 물도 많이 튀고 시간도 오래걸리지만 내 손을 벗어나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하고 기특하다. 

 

41개월 달이는 드디어 기저귀로부터 독립을 하였다.

변기에서 응가하기까지 마스터한 것이다. 처음에는 약간 강제적으로 변기에서 응가하기를 시작하였다. 5월부터 6월이 되면 변기에 앉아서 하는 것이라고 약속을 한 것이다. 그래서 6월이 되니 어쩔 수 없이 변기에서 시도를 하였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그것이 어색하고 싫어서 3,4일씩 응가를 하지 않다 못참겠을 때 하곤 하였는데, 약 한달여간의 연습끝에 이제는 매일 변기에 앉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그리고 우리가 6월부터는 변기에서 응가하는 것이라고 세뇌를 시킬 때 달이 스스로 "그럼, 7월에는 다시 기저귀에 할 거야."라고 말하곤 했었다. 이 말을 어찌나 지켜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던지 6월 초에는 "엄마, 6월 달력을 빨리 뜯어줘. 나 기저귀에 응가하게."라고 하며 떼를 쓰기도 했었다. 그리고 드디어 7월이 된 어제, 달이가 응가가 마렵다며 7월이 되었으니 기저귀를 달라고 하는 것이다. 몇 번 설득하려고 하여도 말을 듣지 않아서 급기야 다시 기저귀를 입혀주었는데, 잠깐 입어보더니, 싫다며 벗겨달라고 한다. 입어보니 이제 기저귀에 하는 것이 싫다고 한다. 두둥. 이로써 우리 달이의 40여 개월간의 기저귀 신세는 공식적으로 끝이났다고 본다. 참으로 길고도 다사다난한 기저귀 여정이었다. 이젠 참으로 아가티를 벗었구나 우리 달이.

그 밖에도 약 한,두달여간에 달이가 마스터 한 기술 중에는 치카치카하고 치약 뱉기, 치카치카하고 물로 헹궈낸 후 그 물 뱉기, 휴지에 '흥'하면서 코 풀기 등이 있다. 

 

그 모든 과정을 응원하고 지켜보고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