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을 마무리하며
2019년에는 특별하게도 글쓰기 모임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글로서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평소같았으면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게으름에 밀려서 생각으로만 남았을 일인데 말이다. 역시 나라는 사람은 자발성이 부족한 사람인 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면서.... 그래도 한 번 2019년을 마무리하는 글을 남겨보고자 한다.
2019년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우리 둘째, 달이와 지지고 볶은 한 해였다. 올 해에는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기로 결심을 한 이상 너무나 뻔한 예상되었던 결과이기도 하지만 나에겐 특별한 결과이기도 하다. 올 초 아직 한 발자국 걷지도 못하고 벙싯벙식 웃기만 하던 아이가 지금은 애교섞인 눈웃음과 함께 뒷걸음질도 하고 뛰어다닐 수도 있는 아이가 되었으니 말이다. 이 시기 아이의 발달과 성장과정은 느리고 때론 지루하지만 지나고 보면 한 해 전 일이 먼 옛날처럼 믿겨지지가 않을 정도로 비약적이다. 달이가 큰 탈 없이 잘 자라주고 있음에 항상 감사하고 매순간 함께 할 수 있음에 행복한 한 해였다. 그리고 분유에서부터 이유식, 유아식을 거쳐서 지금의 삼시세끼를 챙겨가면서 나의 요리실력도 꽤 많이 늘었다. 좌충우돌도 많이 있었지만 이제는 특별히 레서피를 찾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음식이 열손가락을 넘어섰으니 말이다. 온전히 나에게만 의존하는 사람을 위해서 삼시세끼를 챙기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아침먹고 치우면 점심준비, 점심먹고 낮잠 재워서 조금 쉴까하면 저녁준비를 해야하기에 나만의 시간은 커녕 휴식다운 휴식시간을 갖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올 한 해 아이들 끼니 준비하고 챙기느라 수고하고 잘해왔다고 나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
육아품앗이를 꾸준하게 한 것도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이다. 올 초부터 지금까지 매주 화요일에 적게는 4개 가정(엄마와 아이)에서부터 많게는 8개 가정이 함께 모여서 5세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활동을 해왔다. 시작할 때에는 과연 이것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 하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팀장 어머니의 추진력과 꾸준함에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처음에는 밀가루놀이, 물감놀이 등 조금은 과감한 놀이에서부터 여름에는 물총놀이, 가을에는 동네 텃밭 견학을 거쳐 바로 오늘 팔찌 만들기까지, 이 모든 활동을 엄마와 친구와 함께 할 수 있었기에 다섯살 아이에게는 그 어떤 사교육보다 좋은 시간이었을거라는 확신을 가진다.
나만을 위한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JTBC에서 방송한 '비긴어게인3'를 매주 금요일마다 시청했던 것이다. 그 방송을 보던 시기에는 매주 금요일의 그 시간을 기다리며 지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그 프로그램에 빠져 살았다. 출연자들이 이탈리아와 독일, 네덜란드를 여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며 여행에 대한 갈증을 풀기도 했고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출연진 간의 우정과 케미를 보면서 드라마와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가끔은 그 프로그램에 빠져 지냈던 그 시간이 그립기도 하다.
아쉬움이라면 육아서를 제외하면 책을 많이 읽지 않았던 것이다. 아이를 돌보면서 할 수 있는 일 중에 독서도 포함될 것인데, 올 한 해 동안에는 나에게 큰 감동을 주는 책을 찾지 못했다. '이기적 유전자'를 읽어보고자 몇 차례 시도하고 노력하였으나 다 읽어내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독서에서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써나가고 있다는 것에서 한가지 위안을 삼는다. 블로그에 2019년에 쓴 글들이 쌓인 것을 보면 뿌듯하고 손으로 어루만져주고 싶을 정도이다. 그리고 이렇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글까지 쓰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