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거리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지음)

진지한 꽃사슴 2020. 6. 24. 14:46

'차이나는 클라스'라는 프로그램에서 김누리교수님의 강연을 보았다. 2개의 강연을 모두 들을 수 있었는데, TV 프로가 끝난 이후에도 여운이 계속 남아서 멍한 상태로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신선하고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책이 출간되었다는 광고를 접하고 망설임 없이 책을 사서 읽게 되었다.

 

책의 내용은 대부분 공감이 되었고 평소 현상만을 접하던 우리 사회의 많은 면들에 대해서 그 원인을 논리정연하게 짚어주고 있어서 많은 깨닳음을 안겨준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평소에 진리인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있었던 교육에서 경쟁의 필요성에 대한 부분이었다. 나는 교육 또는 배움에 있어서 경쟁이 껄끄럽지만 어쩔 수 없는 자연법칙인 것처럼 받아들이며 살아왔는데, 독일에서는 경쟁이 야수와 같은 부정적인 원리로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경쟁이 존재하지 않고 심지어 시험 날짜가 비공개된 상태에서 치러진다는 것이었다. 경쟁이 없는 교육제도 하에서도 경제대국 독일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또한 민주주의란 모든 국민이 동등한 투표권을 가지는 것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는 훨씬 더 넓은 의미라는 것이 이 책의 많은 부분을 관통하는 내용이었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민주주의는 단지 정치적 민주주의에 지나지 않고 그간 우리 사회가 쌓아온 업적은 정치민주화를 이룬 것에 불과하는 것이다. 물론 그것도 굉장히 어려운 과정이었고 대단히 자랑스러운 부분이지만 더 나아가서 사회민주화, 경제민주화, 문화민주화까지 달성해야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를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으로는 민주주의 사회라고 할 수 없는데 그 원인으로 우리나라에 68혁명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68혁명은 나에게 매우 생소한 역사적 사건이다. 그런데 유럽과 미국, 심지어 중국과 일본에서도 68혁명이 있었고 그에 대해서 많은 연구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왜 68혁명이 우리나라에 도달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분석이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역사적인 배경이 재미있다. 이것은 박정희의 좌파이력과 그로 인한 베트남전쟁 파병(사실상 유일한 파병국가) 그리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김일성의 무장공비 남파, 또다시 이어지는 병영문화 확산 등.. 그동안 단면적으로만 알고 있는 사건들이 일련의 인과관계를 가지고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뒷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결국 그로 인해서 OECE국가 중에서 자살율 1위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무한경쟁 대한민국의 현재가 만들어졌다고 하니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밖에도 성에 대한 죄의식이 결국 약한자아를 만들어서 올바른 민주주의 사회의 일원이 되지 못한다는 내용도 생각해볼만한 내용이었고, 마지막으로 독일 통일 역사를 통해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통일을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하였다.

 

여러 모로 우리 사회에 대해서 다시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 지에 대한 길을 제시해주는 통찰이 담겨있는 책이었다. 그런 면에서 많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며 올바른 변화를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