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찬 하루 - 비자림, 에코랜드, 모랑모랑
제주돌채에서의 마지막 아침.
너무 좋았던 제주돌채를 뒤로하고 새로운 하루의 여정을 시작했다.
제주돌채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걷기좋은 숲길로 유명한 비자림이 있었다.
비자림은 예전에 회사 워크샵으로 한 번 온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가족과 함께 오니 훨씬 더 즐겁고 좋았다.
다만, 이 좋은 숲 속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 서글프긴 했다.
그래도 비자나무의 알싸한 향기와 숲 속 곳곳에 퍼져있는 알 수 없는 좋은 향기들이 마스크 속을 파고들었다.
살짝 붉은 빛이 도는 부드러운 화산송이 길은 맨발로 걷기 좋은 길이라서 남편은 내내 신발을 벗고 걸었다.
달이는 신나서 뛰다가 징징거리다가 돌아올 때는 다리가 아프고 '힘드럽다'면서 거의 오열을 하며 돌아왔다.
그래도 숲 한바퀴를 두 다리로 끝까지 걸어 나온 아이들이 대견했다.
점심을 먹고, 근처 '도을'이라는 카페에서 맛있는 달달구리를 먹었다.
제주도의 카페는 어딜가나 개성이 넘치고 아기자기하고 머무르며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이 곳 도을도 기대없이 들어갔는데, 아담하지만 아주 예쁜 카페였다.
다음번 숙소 체크인 시간이 4시인만큼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아서 다른 블로그에서 리뷰가 아주 좋았던 '에코랜드'에 가보았다. 에코랜드는 기차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말에게 먹이 주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곳 정도로 알고 갔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예쁘게 잘 조성해 놓아서 나도 남편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약 4개의 기차역이 있었던 것 같고, 기차역에 정차하면 탑승객들이 모두 내려서 그 주변을 구경한 후 다시 기차를 타고 다음 기차역을 향해서 달린다.
첫번째 기차역 앞에는 멋진 호수 주변을 따라서 걷기 좋은 데크가 조성되어 있었다.
두번째 기차역 앞에는 넓은 잔디 광장과 키즈마을(?)이 있는데,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작은 마을이 있어서 아이들이 놀기 참 좋았다.
세번째 역 주변에는 꽃밭이 아주 드넓게 펼쳐져 있고, 중간중간에 재미있는 조각상들이 있었다.
그리고 들판 한가운데 말을 모아놓아서 먹이로 당근주기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기차를 타고 처음 출발했던 기차역으로 돌아왔다.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에코파크를 아주 알차게 즐기고 나서 두번째 숙소인 '모랑모랑'으로 향했다.
모랑모랑은 애월읍 납읍리에 있는 집으로 제주돌채처럼 구옥을 개조한 것이라고 알고 예약을 했다.
그런데...
이전 숙소가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인지...
들어서는 순간 뭔가 답답하고, 천장이 너무 낮고 앞이 콱 막힌 듯한 느낌이 밀려왔다.
사진에서 본 집은 정말 넓어보였는데, 역시 사진을 100% 믿으면 안되는 것이라는 것을 한 번 더 깨닳았다.
그래도 계속 지내다 보니 아이들에게 좀 더 친화적인 면도 있는듯하고,
하루가 지난 지금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자세히 들여다 보니 예쁘고 정겨운 그런 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하루가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