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거리

아리랑 (조정래 지음)

진지한 꽃사슴 2015. 7. 22. 11:39

 

 

조선의 역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즈음, 함께 일하던 변호사님이 '아리랑'을 추천해주셨다. 처음에는 소설이 역사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것을 알려줄 수 있을까 반신반의 하였는데, 다 읽고 난 지금은 읽어보길 잘 했다는 뿌듯함이 남는다.

 

아리랑은 일제치하 기간 동안 우리 민족이 겪은 수난을 그린 소설이다. 물론 일제치하에서 우리 민족이 겪은 수난에 대해서는 정규교육과정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배워서 알고 있는 바였지만, 책은 나를 당시의 조선으로 직접 데리고 가서 우리 이웃과 친구와 주변 사람들이 대체 얼마나 비참하게 짓밟히고 숨죽이고 이용당하였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친일파에 대해서는 을사5적과 같은 정치인들의 죄뿐만 아니라 우리 이웃 중 누군가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처사로 행한 친일이 불러일으킨 참극에 대해서도 낫낫히 고발하는 듯 하였다. 장사꾼 중인의 신분으로 시작해서 일본인들의 비위를 맞춰가며 눈치빠르게 친일 감투를 얻어내 본인 가족의 안락과 부를 차지하는 사람, 직접적으로 일본인들의 비위 맞추기에 동참하지는 않았더라도 기존의 부를 움켜쥐고 나라의 비극을 나몰라라 했던 대지주 양반들, 작은 유혹에도 흔들려서 이웃의 정보를 팔아넘기는 일본인 끄나풀들... 친일의 방법도 각양각색으로 그들도 길고긴 일제 치하 비극의 한 원인이기도 하였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물론 과연 나라면 어떠했을까를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적극적이고 약삭빠르게 일본인의 편을 들지는 않았을지라도 배고픔을 줄일 수 있는 어떤 기회가 있었을 때 뿌리치기는 어렵지 않았을까라는 나약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하더라도 죄의 경중을 판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 어떤 친일도 결과적으로는 정당화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작가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임에는 틀림없었다.

 

두번째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우리 민족이 세계 곳곳으로 어떻게 퍼져나갈 수 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 강제 이주된 삶의 비참함은 또 어떠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작가는 이러한 내용을 담기 위해서 지구 3바퀴 이상의 거리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했다고 한다. 그러한 작가의 치열함으로 하와이를 비롯해서 만주, 중국본토, 중앙아시아, 러시아, 그리고 전쟁 중 버마와 쿠릴열도 등에서의 조선인들의 삶이 나에게 다가왔다. 곳곳에 퍼져 있는 조선족들 삶의 역사속에는 엄청난 비극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정규교육과정에서 배우지 않지만 1930년대 이후의 독립운동에는 사회주의가 얼마나 깊숙히 영향을 미쳤는지도 알 수 있다. 비록 독립 후 남한 정부에서는 사회주의를 표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많은 독립운동가들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사상에 대해서 받아들이고 그 공을 인정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 밖에도 아리랑은 짧은 서평에는 모두 담기에는 벅찬 많은 깨닳음과 이야기가 있는 소설로 불과 70~100년여 전에 이 땅에서 벌어진 일들을 알고자 한다면 꼭 읽어보아야 할 진정한 역사서라고 생각한다. 나도 누군가 우리 역사에 대한 책 추천을 부탁한다면 12권의 긴 여정일지라도 한 번 쯤 시작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