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구를 겪고서
지지난 일요일 저녁 무렵, 달이가 축 쳐저서 누워있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낯설었다.
아니나 다를까 열을 재보니 38.5도였다.
그렇게 우리 아이들의 수족구 경험기는 시작되었다.
수족구라니... 첫째인 별이가 어렸을 때부터 어디선가 들어본 병명이기는 했다.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이 걸리지 않고 잘 넘어가 주었으니 나로서는 특별히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이 코로나팬데믹 와중에 달이가 수족구에 걸린 것이다.
약 이틀동안 달이가 고열로 아주 힘들어했다.
해열제를 먹어도 38도 아래로 잘 내려가지 않는 지독한 열이었다.
그리고 수족구(手足口)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손, 발, 입주변에 수포가 올라온다고 들었다.
그런데 수요일이 되도록 달이에게서는 그런 증상을 발견할 수가 없어서 수족구가 아니라 그냥 감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의사선생님과 목 속을 비춰보니 안으로 수포가 꽤나 많이 올라와 있었다. 더이상 다른 생각을 할 여지가 없는 명백한 수족구였다.
달이는 목이 아파서 음식을 먹는 것도 힘들어하고 토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수요일을 보내고 있는데, 태권도장을 다녀온 별이가 내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내내 소파에 누워있는 것이다. 느낌이 좋지 않아서 열을 재보니 38.5도였다.
달이 간호와 내 팔 염증으로 인한 통증, 미리 예약되어 있었던 건강검진 등이 겹쳐서 지칠대로 지쳐있는 상황 속에서 별이마저 수족구에 걸린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목요일부터 달이는 증상이 호전되어 더이상 먹지 못할 정도로 목이 아프다고 하지는 않았다. 달이가 약 닷새만에 기력을 회복한 것이다. 그렇다면 별이도 월요일이면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아이들을 돌봤다.
문제는 별이가 달이보다 훨씬 더 아파했다는 것이다.
달이와 다르게 별이는 손, 발, 입주변으로 수포들이 많이 올라왔고 그것이 별이를 너무나 힘들게했다. 간지럽고 아프고 찌릿찌릿한 그 느낌 때문에 '펄쩍 뛸 정도'로 아프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또한 손가락 끝에 난 수포들이 돌아가면서 간지럽고 아픈 것이 마치 '미로 찾기'를 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혼미한 상황 속에서도 아이의 기발한 표현을 들으면서 잠시 웃었다.
금요일에는 별이가 목이 아프고, 수포때문에 힘들어서 거의 하루종일 울었다.
그 전날 잠도 잘 못자고 하루종일 울면서 힘들어했어서 금요일 저녁에는 눈 밑으로 벌겋게 내려온 다크써클을 비롯해 아이의 몰골이 정말 말이 아니었다.
토요일무렵부터 별이도 정상궤도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래서 달이와 함께 놀기도 하고 잠시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월요일인 오늘 드디어 두 아이가 모두 등원, 등교를 하였다.
별이는 아직 손, 발에 남은 수포가 찌릿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학교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이렇게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지난 일주일이 마치 한밤의 꿈처럼 느껴진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한 번씩 지나가게 되는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번에 아이들과 수족구를 겪으면서 바이러스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수족구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이 전염력이 매우 강한 병이라고 한다. 그리고 변이가 워낙 많아서 백신도, 치료약도 없다고 한다. 이또한 코로나와 닮은 점이다. 우리 아이들이 지난 일주일동안 먹은 약은 이부프로펜, 아세트아미노펜과 같은 진통 해열제가 다였다. (별이가 수포가 너무 간지러워해서 항히스타민제를 한 번 먹기는 했다. 항히스타민제가 간지러움을 진정시켜주는 작용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어른에게는 잘 전염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코로나와 큰 차이점인 것 같다. 그렇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출연하기 전부터 우리 주변에는 유사한 성격의 바이러스가 항상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번도 마스크를 쓰고 산 적은 없었는데, 아이들이 학교나 유치원에서 계속해서 마스크를 쓰고 생활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이 다시 한 번 더 개탄스럽다.
아이들이 학교와 유치원에서 마스크 쓰는 것이 안타까운 상황이라서 그런지 내 생각의 끝은 그곳으로 귀결되나보다.
잘 견디고 이겨낸 아이들과 잘 버티고 간호한 내 자신이 모두 대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