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A. 로빈슨 지음)
2015년 마크 저커버그 추천도서 목록에 있던 책이다. 사피엔스에 이어서 인류 역사에 대한 거시적인 견해를 다룬 흥미로운 책이었다. 매우 학구적인 책이지만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에 대해서 수많은 예시를 통해서 설명하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는 편이었다.
책의 주제는 명확하다. 번영한 국가와 부패하고 가난한 국가간의 차이는 무엇인지에 대한 탐구이다. 저자는 국가간 차이, 불평등의 원인에 대해서 정치체제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책에서 사용하고 있는 용어로 말을 하자면 '포용적 정치제도'와 '착취적 정치제도' 중 어떤 제도 하에 놓여있는냐에 따라서 국가의 지속적인 번영여부가 달려있다는 것이다. 정치제도와 경제제도는 톱니바퀴의 두 축과 같아서 정치제도가 포용적이면 사유재산이 보호되며 혁신적인 기술발전을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서 새로운 엘리트층이 형성되고 정치제도가 착취적으로 변모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서 선순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정치제도간의 차이는 어떻게 생기는 것이냐. 여기에 대한 설명 중 특히 흥미로웠던 내용은 같은 시기에 유럽 국가로부터 식민지배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남아메리카의 많은 나라는 정권이 부패하고 경제적으로 뒤떨어진 반면 북아메리카의 나라는 세계의 가장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었다. 이는 식민지배가 시작될 무렵 남아메리카에는 금광과 은광이 풍부한 강력한 왕국이 있었고 북아메리카는 왕국은 고사하고 인구밀도도 매우 낮은 황량한 곳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차이가 유럽열강의 침략 및 식민지화라는 결정적 분기점 앞에서 또다른 갈림길을 만들어놓았던 것이다. 그 인과관계에 대한 설명은 일견 설득력이 있었다.
그밖에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의 역사에 대해서도 깊이있는 설명이 있었는데 아프리카 역사를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던 터라 꽤나 흥미로웠다. 특히 아프리카인들이 아메리카로 노예로서 수출된 것이 단순이 백인의 소행이라고만 생각하였는데 여기에는 백인과 협력하는 아프리카 내의 특권층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백인들과 손잡은 특권층에 의해서 형성된 착취적인 정치제도는 지금의 곤궁을 낳은 시발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마무리 부분에서 현재 시점의 몇몇 나라들을 고찰하였는데, 중국의 경우 현재와 같은 착취적인 정치제도 하에서는 곧 번영의 한계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저자의 견해를 바탕으로 중국의 지속성장여부 및 정치제도의 변화방향에 대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책의 가설에 따라서 우리나라의 역사도 고찰해볼 수 있다면 재밌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식민지배에서 독립한 이후에 포용적인 정치제도로 비교적 잘 전환하여 경제성장을 이룬 특이한 케이스라는 생각이 들었다.